MBC충북

전효정 | 2025.04.23

충북 지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였던 충북청주경실련이 재창립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두 개 단체로 갈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임원들의 성희롱 논란으로 폐쇄된 이후 '충북'을 뺀 '청주경실련'으로 지난해 재창립이 추진됐는데요.

이에 반발해 또 다른 단체가 창립을 추진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져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효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1994년에 설립돼 지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했던 충북청주경실련.

2020년 5월 성희롱 사건 이후 사고 지부로 지정되면서 모든 활동이 중지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전직 임원들이 주축이 돼 '청주경실련'으로 이름을 바꿔 재창립에 나섰고, 지역 시민단체와 여성 단체들은 제대로 된 반성이 없었다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 SYNC ▶ 선지현/경실련성희롱사건지지모임 (지난해 7월)

"성평등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고 다시 재건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을 아주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재창립을 비판하던 다른 임원들이 청주경실련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시민단체 창립에 나섰습니다.

가칭 '공정한 세상'입니다.

창립 발기인을 모집한 지 3주 만에 기존 충북청주경실련에서 활동하던 원로들을 축으로 237명이 모여 창립 발기인대회까지 열었습니다.

전직 사무처장이던 이두영 간사가 실행위원장을 맡고, 우정순, 주서택, 황신모 등 전직 대표들이 창립 발기인 대표로 나섰습니다.

회원 모집과 사무국 구성을 거쳐 다음 달 창립총회를 열 예정입니다.

◀ INT ▶ 이두영/'공정한세상' 창립준비위 실행위원장

"건강한 시민단체로 우리는 창립해서 열심히 활동하자. 그것이 어떻게 보면 과거에 충북청주경실련이 지역사회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지역 발전에 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해 온 그 역사성과 정통성을 이어가는..."

기존에 재창립을 추진하던 청주경실련 측은 발끈했습니다.

"실제적 요건과 합법적 절차를 지켜 재창립을 추진했다"면서 "청주경실련에 문제가 있다는 듯이 대안 시민 단체를 추진한다는 것은 억지이자 분란"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역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재창립을 추진 중인 청주경실련을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6년 동안 같은 뿌리를 공유했던 시민단체가 둘로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작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현준, 영상편집: 김현섭, CG: 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