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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 착취⑥]합의하면 집행유예?

조미애 | 2023.06.01

미성년자 성 착취 문제를 집중 취재한 MBC충북 기획보도입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저지른 단일범 70%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실태,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왜 이렇게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은 건지 그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이채연, 조미애 기자입니다.

◀리포트▶

#6. 처벌, 창과 방패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집행유예 성공사례' 변호사들이 인터넷에 올린 홍보 게시글과 영상들입니다.

 합의를 받아냈다거나 외모가 성숙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게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INT▶ 박융겸/변호사 
"성범죄에서 합의를 못 하면 무조건 실형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다. 성범죄는 합의를 못 하면 실형, 이거 그냥 변호사들 다 알고 있는 공식이에요."

[조미애] 합의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공식, 정말 통할까요? 취재진은 미성년자의제강간죄 5년 치 판결문을 통해 검증해 봤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 한 가지로만 처벌받은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182명 중 무려 73.6%가 합의가 이뤄졌거나 피해자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합의한 피고인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겨우 3.6%인 5명만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합의하면 실형을 면한다는 공식은 96.4% 확률로 통했습니다.

 단일범과 복합범을 포함해 1·2심 전체를 놓고 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 중 75%가 합의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고, 합의한 사람 중 24%만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합의의 딜레마 

◀INT▶ 박융겸/변호사
"합의는 일단 피해 회복하고 용서, 둘 다 더해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피해자한테 일단 피해 회복도 해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다고 하니까 당연히 양형 자료로 고려될 수밖에.."

# 피해자들 합의 왜 해주나

◀INT▶ 김혜은/변호사
"(합의를 웬만하면 하자고 얘기를 하는 게), 형사 사건은 합의가 안 되면 실형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마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마련해요. 그런데 민사로 넘어가게 되면 그 금액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가 않거든요."

 하지만,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합당한 일일까.

◀INT▶ 정은호/리서처
"아이가 받는 피해에 대한 충격이라는 게 사실 이후에 어떻게 보상하든, '피해 회복에 노력했다'라고 판결문에 적혀 있어도 그게 막 지워지거나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합의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합의는 집행유예나 감형의 주요 요소로 작용합니다.

◀INT▶ 배수진/변호사
"범죄 이후에 피해를 회복했다거나 피해자로부터 합의를 받았다는 사정이 너무나 중요한 양형 요소로 판단되고 있는데 그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품고 있어요."

# 신분·나이 속여도 '위계' 불인정

[조미애] 가해자가 미성년자를 거짓말로 속여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면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이 위계를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성인이 초등학생에게 중학생이라고 속이고 교제하기로 한 뒤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대생이라고 속이고 성관계 목적으로 거짓말로 초등학생들을 현혹해도,

 초등생에게 연예인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고 속여 범행해도,

 수사기관도, 재판부도 위계로 인한 성범죄로 보지 않았습니다.

 만남 과정에서 속였더라도, 성관계 자체를 속이지 않았다면 위계 성립이 안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INT▶ 김혜은/변호사
"(만약)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모텔로 데리고 갔어요. 그래서 거기서 성관계가 이뤄졌어요. 그러면 모텔로 데려간 것 자체는 성관계까지 연결이 안 된다고 봤던 거죠.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건) 2020년도에 대법원 판례가 변경돼서 그 성관계에 이르게 된 다른 조건들, 거짓말을 시켰다고 하면 이제는 범죄가 인정되거든요."

[이채연] 법 개정으로 피해자 연령이 16세 미만으로 상향됐는데, 상향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개정된 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INT▶ 박융겸/변호사
"위법성 인식 여부는 사실 원래 양형 자료는 아니고 책임조각사유라고 해서 '네가 잘못된 행동인지 모르고 이 행동을 했으면 처벌하지 않겠다'라는 법 이론이에요. 그걸 양형 사유로 잡아준다는 건 저는 이건 좀 납득하기가 힘든데.."

[이채연] 미성년 피해자들은 성범죄 피해 이후에도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고통, 그리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를 이어서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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